문화/읽은 책

슬픔이 없는 십오초(Shim Bo-Seon)

해니 2019. 5. 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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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없는 십오초(Shim Bo-Seon)

심보선 시인의 슬픔이 없는 십오초 라는 시집을

1년 전 부터 집 안에 한 쪽에 두고 하나 하나 읽고싶을 때 꺼내 읽는다.

강한 문체로 적기도 하고, 또 담담하기도 한 시도 있고.

같은 시를 읽어도 어떨 때엔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또 어느때엔 예상치못한 감동이 올 때도 있고.

신기하다.

기억에 남는 3개의 시는

슬픔이 없는 십오초, 삼십대, 나를 환멸로 이끄는 것들 이라는 시다.


평화가 그리 믿을 만한 것이겠나,

비행운에 할퀴운 하늘이 순식간에 아무는것을 잔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다,

내 속 어딘가에 고여있는 하얀 피,

꿈속에, 니가 나타났다,

다음날 꿈에도, 같은 자리에 니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너랑 닮은 새였다(제발 날아가지마)

심보선 시인 삼십대

마지막에 괄호 안 "제발 날아가지마" 라는 문장에서

간절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눈물이 났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심보선 시인 슬픔이 없는 십오초

초연하다

초연하고 평화롭고

무언가 달관한 사람들의 글을 주로 본다.

허무함을 노래하고 있는 글이 좋다.

특별함을 서술하거나 이상적인것을 찬양하거나 지나치게 낙관주의인 글을 보면

무언가 답답하고 거북한 느낌이 든다


죽은 개 옆에 산 개

종교 서적의 마지막 문장

상념 없는 산책

칸트의 물 자체

물 자체 라는 말 자체

심보선 시인 나를 환멸로 이끄는 것들

이 시는 나에게 호기심이였다

이것들이 왜 환멸로 이끌었는지

하나 하나 상상하며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환멸나는 것들을 나열해봐야지

환멸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의 것들을 줄줄이 써봐야겠다

환멸 이라는 단어의 반대가 되는 말은 사랑인가 희열인가

뭐가됐든 반대가 되는 것들도 적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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